전자담배 피는 87년생 공인중개사

애초에 품질 쪽으로 취업을 준비한 사람들은 품질관리 직군에 대해서 많이 알겠지만, 나는 컴퓨터공학과를 나왔다. 학교 다니면서 배운거라고는 코딩언어인 씨언어 3총사(C, C++, C#), 자바, 리눅스, HTML/CSS 이런거 밖에 없어서 품질관리에 대해 자세히 아는 것은 없었다.

 

컴공을 나왔는데 왜 품질관리에 들어갔냐고? 난 학교 다닐 때 부터 코딩이 정말 싫었다. 못했던거는 아닌데 아니 잘하는 편이었는데 그래도 싫었다. 싫은데 잘한 이유는 학생회장을 하는데 공부를 못하면 뭔가 없어보일거 같고, 장학금을 받기 위한 학점을 유지하기 위해서지 취업할 때 학점이 걸릴거 같다는 그런 모범적인 생각은 없었다. 

 

 

아무튼 나는 품질관리 직군에서 일을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면접은 어떻게 합격했냐고? 나도 모른다. 그냥 솔직하게 대답한 거 밖에 없다. 무슨일 하는지 아냐는 질문에 불량검사하는거요. 대답하고, 컴공인데 왜 전공을 안살리냐는 질문에 코딩이 싫어서요. 라고 한 기억밖에 없는데 출근하라길래 출근했다. 이렇게 말하니까 완전 소기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대기업은 아니지만, 이름 말하면 아는 사람들은 아는 그런 기업이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품질관리중에서도 내가 했던 공정검사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의 경우고 순전히 나의 경우일 뿐이지 모든 회사의 경우가 아님을 미리 밝힌다. 오해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입사하고 처음 한달정도는 사수만 쫄래쫄래 따라다니면서 일을 배웠다. 하는 일은 

 

1. 생산라인 초/중/종물 검사.

2. 라인 사람들이랑 싸우기.

3. 타관리부서(생산기술/생산관리)랑 싸우기.

4. 감사대응.

5. 신제품 양산 전 검사.

 

이렇게 네가지 일이 메인이 었던거 같다. 그럼 하나하나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1. 생산라인 초/중/종물 검사

 

만약에 초/중/종물 검사중에 초물검사단계에서 불량을 잡아내지 못하고 기계를 계속 돌린다면, 추후 생산품은 다 불량이다. 초물 검사 후 빨리 라인에 전파를 해줘야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근데 지금 생각해도 사실상 불가능 했다. 근무시간에 공정검사원이 많다면 가능할텐데, 혼자서 전체를 검사한다 치면 시간상 불가능하다. 치수측정 무게측정 기능검사에 외관검사까지 다 해야 하는데 진짜 불가능했다. 

 

그래서 난 솔직하게 거의 안했다. 그냥 버니어 하나 들고 라인 돌아다니면서 간단한 치수 검사랑 외관검사만 했다. 회사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은 조장/반장들하고 이야기하고 라인 사람들하고 이야기하고 놀면서 보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처음 두세달은 일도 제대로 배우고 FM대로 할려고 했는데, 오히려 우리부서 실세형님이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기능검사는 기계가 다 골라내니까 할 필요 없고, 중요부위 치수검사랑 외관이나 대충 보고 말라고 하더라. 어차피 우리 사업장에서 생산을 하면 다음 업체로 가서 포장을 하고 납품을 시작 하는데 거기 직원들이 다시 제품에 따라 샘플검사 또는 전수검사를 하니 여기서는 진짜 말도 안되는 불량만 아니면 된다고 했다. 

 

게다가 집중관리 제품 같은 경우, 품질관리부서의 출하검사원이 직접 전수 검사를 다시 해서 출하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관리 제품을 나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렇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뭘 했는지 모르겠다. 아! 그렇다고 아예 100% 놀면 안된다, 순회검사체크시트를 작성해야한다. 물론 기존 도면과 대비하여 양품스펙으로 대충 작성하면 되긴 하지만, 생산일보랑 내 순회검사체크시트랑 다르면 감사왔을 때 가라작성한 것을 걸린다. 그래서 어느날에 어느 시간대에 어떤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그래서 라인을 계속 순회 하긴 했다.

 

근데 이것도 뭐 각 반 생산관리 담당자한테 생산일보 좀 보자고 하면 친절하게 메일로 다 보내준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대충대충 적지도 않고 놀다가 날잡아서 빽빽이 쓰기도 하고 그랬다.  

 

 

2. 라인 사람들이랑 싸우기.

 

말 그대로다. 싸워야 한다. 그 사람들도 불량품을 생산하면 욕을 먹긴 하지만, 생산과장의 말이 우선이기 때문에 물량을 맞춰야 한다. 그러니 경미한 불량 정도는 무시하고 생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회사는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런거 진짜 많았다. 자동차 내부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 했기 때문에 기능 불량에는 상당히 엄격했지만, 외관불량에는 솔직하게 우리 품질팀장도 너그러웠던거는 사실이다. 근데 그게 맘처럼 되나? 절대 안된다. 현대/기아 수입검사 쪽에서 트집 잡아가지고 우리 팀장이 털리면 당연히 우리도 털린다. 그냥 털리고 대책서만 보내고 끝나면 정말 다행이다. 겨울에 완창으로 소환 당해서 그거 선별하려고 하면 진짜 죽는다 죽어.

 

그게 싫어서 외관불량도 지적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면 생산라인에서는 이러거 다 생각하면 물량 못 맞춘다하고, 나는 그래도 이건 불량 아니냐며 싸운다. 회사에 같은 부서 동생은 한번 제품을 그 사람한테 집어 던지고 욕하다가 멱살 잡히고 큰 싸움으로도 번졌었다. 

 

3. 타관리부서(생산기술/생산관리)랑 싸우기,

 

우린 특히 생산기술팀과 많이 싸웠다. 생기팀에서 설비를 담당하는데 설비의 문제로 제품이 불량이 생기면 생기팀을 호출 했고, 아무튼 우리가 생기팀을 굴린다는 느낌이 좀 강해서 진짜 겁나 싸웠다. 

 

오히려 품질의 적이라는 생산관리팀하고는 크게 싸운 적이 없다. 교대근무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는데 나랑 같은 사이클의 생산팀장은 물량보다 품질에 조금 더 치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여 라인 사람들에게 이런건 불량이지 ㅅㅂ!! 하면서 제품도 집어던지고 그랬다. 그래서 난 생산관리랑은 크게 안싸웠다.

 

4. 감사대응

 

이건 거의 팀장이나 보증팀에서 했는데, 나는 공정이라는 이유로 꼭 끌려 다녔다. 상위업체에서 불량인 제품하나 주고 이 기계가 이런걸 잡아낼 수 있냐? 라고 물어보면 내가 시연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설비를 만질 줄 알아야 했다.

 

그리고 감사 오는 날에는 모든 라인에 비치되어있는 순회검사시트 작성도 확인 해야하고 작성이 안되있거나 그러면 그거 싹 점검해야하고, 모든 체크시트도 생산일보랑 맞춰서 작성해놔야한다. 토크렌치나 사출기 온도도 잘 맞나 확인 해야하고, 사출기 온도는 사출반에서 다 알아서 하긴 하지만 나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나한테 시켰는데 버벅대면 평소에 안하는걸 걸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준비를 싹 해야한다. 여기까지가 일반 정기감사의 경우였고, 특별감사가 있다. A 제품이 불량이 나서 얘네가 A 제품을 어떤 환경에서 생산하길래 이런 불량이 나지?. 그거 확인 하러 오는 감사다. 이건 진짜 미친다. 

 

만약에 A라는 제품에 리벳이 10개가 박혀야 정상인데 리벳이 9개가 박힌 제품이 나갔다고 치자. 그게 왜 리벳이 9개인데 기계가 못잡았는지에 대해 변명을 해야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보는 앞에서 그 해결대책을 시연해가지고 다음에는 그런 불량이 안날거라고 안심시켜야한다. 근데 불가능하다. 

이런 감사는 오기전에 그 제품을 우리한테 보내주는데 몇명이 며칠간 생각해도 이게 어떻게 출하됬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 제품을 기계에 넣고 돌리면 당연히 빨간불 뜬다. 근데 이게 어떻게 통과했는지 알 방법이 없다. 

 

암튼 내가 근무할 때 이런 상황이 한번 있었는데. 기계에서 정답을 못찾아서 리벳박히는 부위 전부에 마킹을 해서 보내겠다고 했다. 기계가 리벳 10개를 확인하고 양품으로 나오면 사람이 그 10개의 위치에 마킹을 하는거다. 이러면 불량이 안나갈거 같지? 나간다. 진짜 귀신히 곡할 노릇이다. 

 

5. 신제품 양산 전 검사.

 

이건 크게 세개의 단계로 나뉘어졌었는데, 

 

1) 개발팀의 의뢰로 인한 검사

2) 시제품 샘플검사.

3) 양산시작 후 전수검사.

 

1~2의 단계는 정말 꿀이다. 저거를 핑계로 다른 업무에서 해방이 될 수 있다. 진짜 꿀이다. 근데 3번이 죽는다. 힘든건 없는데 진짜 더럽게 귀찮다. 덩치가 큰 제품의 경우 하루에 검사 할 수량이 몇개 안되니까 그냥저냥 할만한데, 하루에 막 수천개 생산하는 제품은 진짜 토나온다. 하루종일 그거 검사하고 있어야 한다. 

 

품질의 검사를 마치지 않은 제품은 출하가 금지라는 소리가 있는데 이건 절대 품질관리팀이 제품에 관해서 갑이라는 말이 아니다. 이 말의 진짜 뜻은

 

'이 제품 몇시까지 납품 해야하니까 밥도 먹지 말고 빨리 검사해 그런데 이게 불량이야? 그럼 니네가 리워크해 납품 가야돼'  

 

이게 진짜 맞는 말이다. 출근하면 생산일보먼저 확인 하는데 이런 제품이 막 2000개 잡혀있으면, 그날은 다른 모든 업무 열외다. 내 검사 + 리워크 속도가 절대 생산속도를 못따라간다. 계속 쌓인다. 영업팀은 옆에서 계속 빨리 하라고 갈군다. 그런데 리워크로도 불가능한 제품이 중간 중간 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의 제품은 폐기시킨다. 근데 여기서 또 문제가 되는데 2000개를 납품해야하는데 총 생산량이 2100개. 리워크 불가 제품이 200개가 되면 양품은 1900개 뿐이다 100개가 부족하다. 그럼 욕은 우리가 먹는다. 생산이 부족한게 아니고 품질이 리워크 못해서 수량이 부족한게 된다. 

 

그래도 그 때 직원들하고 지냈던 추억이 너무 그립다. 요즘에도 연락들을 하고 지내는데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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