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아재의 놀이터

남편 :나XX(34세)


부인: 박XX(31세)


동창생:이XX(31세)



2003년 12월 29일 오후 7시쯤,


서울 송파구 거여동의 한 아파트 7층 앞에 30대 남성이 연신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안에서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문을 두드려도 보지만 마찬가지였다. 이 남성은 이 집의 가장인 나XX(34)였다.



아내에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나씨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는 이때 아내의 절친이자 여고 동창생인 이XX씨(31)가 떠올랐고,


이내 전화를 걸었다.



"00씨 , 지금 어디세요?"


"집인데 왜요? 무슨 일 있나요?"


"지금 집앞에 왔는데, 초인종을 눌러도 안에서 아무런 소리가 없네요"


"어..... 제가 지금 그리고 갈게요"



이씨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헐레벌떡 달려왔다. 그는 친구 박XX씨(31세)가 평소 작은방 창문쪽에 열쇠를 놓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씨와 대화하다가 복도 쪽으로 난 작은 방 창문이 잠기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이씨는 "저기, 문이 열려있는데, 손을 넣어서 한 번 찾아보세요"라고 말했다.

나씨는 이씨가 말한 곳으로 손을 집어넣어 아내의 핸드백을 꺼냈다.

그 안에 아내가 평소 가지고 다니던 열쇠가 있었다. 나씨는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 느낌이 왠지 모르게 싸늘했다


나씨가 거실 전등을 켜는 순간 믿지 못할 참혹한 광경이 눈에 들어오고 만다.


아내 박씨는 얼굴에 치마를 덮어쓰고 주황색 빨랫줄에 목이 걸린 채 축 늘어져 있었다.


빨랫줄은 거실과 작은 방 사이 방문위에 걸려있었다. 그 옆에는 10개월 된 딸이 얼굴에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죽어있었다.


작은 방에 들어가니 3살밖에 안된 아들은 목에 보자기가 감긴 채 숨져 있었다.


방 안에는 옷가지와 수건이 아이들 시신 사이로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놀란 나씨는 손을 부르르 떨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숨진 박씨가 크게 반항한 흔적이 없고 아파트 출입문도 모두 잠겨 있어 처음에 동반자살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창문은 닫혀있었고 방범 창살도 훼손되지 않았으며 열쇠는 집 안에서 발견됐다.


아파트 7층에 집이 위치하고 있어 외부 침입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판단했다. 외부인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 등 침입 흔적도 없었다.


박씨의 몸에는 저항의 흔적도 없었다. 누군가 강제로 목에 빨래줄을 걸었다면 박씨는 본능적으로 목에 걸린 줄을 풀기 위해 저항할 수 밖에 없다. 


이럴경우 손이나 목에는 방어흔이 남게 마련인데 박씨의 손과 목은 깨끗했다.


겉보기엔 아내가 아들과 딸을 살해한뒤 자살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단정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박씨가 평소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없었고, 평소 부부관계도 원만했다.


아이들이 살해된 방식도 엄마가 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잔인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에 들어갔다.


우선 사건당일 박씨 집에 드나든 사람이 있는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관리실의 협조를 받아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를 확보해 분석했고 시신이 발견된 시간부터 천천히 앞으로 돌려가며 수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오후3시쯤 7층에서 내리는 한여성이 있었다. 형사들도 이 여인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봤다.


바로 시신 발견 당시 남편 나씨와 함께 있던 숨진 박씨의 고등학교 동창 이씨였다.


경찰은 즉시 이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행동이 눈에 띄었다. 이씨가 왼손을 자꾸만 소매안으로 집어넣으면서 손등을 가리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조사를 하던 경찰의 눈에도 의심스럽게 보였고, 경찰은 이씨에게 손을 보여달라 요청했다.


그때서야 의심을 받는다고 생각했던 이씨가 손을 꺼냈는데 손등에는 줄에 꽉 조인것 같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경찰의 집중적인 추궁이 시작됐다.


낮에 박씨 집에 간 이유와 손등에 난 자국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따져 물었다. 이씨에게서는 "집의 화장실을 고치다 생긴 자국"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경찰은 화장실 어디를 어떻게 고쳤는지 등의 허점을 파고 들기 시작했고, 이씨가 얼버무리자 "당신이 죽인것 아니냐"고 단도 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씨의 목소리 높낮이가 급격한 차이를 보이며 떨렸고 ,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내가 죽였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은 이씨를 긴급 체포하고 살고 있던 자취방을 압수수색해서 증거물을 찾았다. 그리고 범행계획이 적힌 일기장을 찾아냈다. 여기에는 범행수법/범행도구를 그린 그림,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까지 모든게 적혀있었다.


이씨는 친구 박씨를 죽이기 위해 오래전부터 치밀하고 철저하게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 이씨의 집에서는 또 범행도구 재료로 쓰였던 잘린 페트병도 확보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이씨는 왜 고교 단짝이던 친구와 그 아이들까지 잔인하게 죽인걸까?



이씨는 2년 전인 2001년 당시 한창 유행하던 동창모임 사이트에서 박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여고시절로 돌아가 허물 없이 지냈고, 이씨는 일주일에 2~3차례 박씨 집을 드나들며 가족처럼 지냈다. 박씨의 아이들은 이씨에게 "이모"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그런데..


박씨 집을 드나들 때마다 이씨의 마음 한 켠에는 불편함이 가득했다.

자기의 현재 모습과 너무 비교가 됐다. 학창시절 이씨는 자신이 박씨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박씨가 자상한 남편과 두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니 나이 30이 넘어 결혼도 못하고 혼자 자취방에 사는 자신과 너무 비교가 됐다.


한번 마음에 싹튼 질투와 시기는 계속해서 커져만 갔고, 급기야 친구 박씨는 이씨에게 증오의 대상이 됐다. 또 박씨에게 자신이 무시당하는 것 같은 열등감까지 생겼다.


박씨의 남편에게 연정을 품었고 "당신같은 사람이 너무 빨리 결혼했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씨의 일기장에는 "내가 죽은 뒤 재산은 나씨 앞으로 남기겠다"는 메모도 있었다.


이씨는 경찰에서 "평소 친구가 행복하게 사는게 부러웠고 소외감을 느꼈다"며 친구 집에 가면 내가 무시당하는 것 같았고 친구 시댁에서도 나에 대해 안 좋게 얘기해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박씨의 행복을 짓밟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살인 계획"을 짜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사건 당일 오전 이씨는 박씨의 아파트에 들려 150만원을 빌려준 뒤 오후 3시쯤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범행을 실행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박씨의 의심을 피하고 완전 범죄를 노리기 위한 "상황극"도 준비했다.


이씨가 방문했을때 박씨는 아이들과 거실에서 TV를 보고있었다. 이씨는 큰 아이에게 "깜짝쇼를 하자"고 제안했다.


먼저 큰 아이를 작은 방으로 유인했다. 박씨에게는 준비가 끝날 때까지 딸과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라며 문을 닫았다. 


이씨는 작은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은 후 보자기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안방으로 돌아온 이씨는 "큰 아이는 준비가 다 됐다"며 박씨에게 치마를 뒤집어 쓰게해 눈을 가렸다.


이씨는 작은방 안에서 빨랫줄로 만든 올가미를 문바깥쪽으로 넘겼다. 이때 지렛대로 이용한 위틀에는 잡아당긴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미리 만들어온 페트병을 씌웠다. 


지문이 남는 것을 우려해 손에는 고무장갑을 꼈다. 모든 둔비가 끝나자 올가미를 박씨의 머리에 걸고 작은 방으로 돌아가 양손에 줄을 잡고 힘껏 잡아 당겼다.


큰 아이의 깜짝쇼를 기대했던 박씨는 영문도 모른 채 저항할 새도 없이 죽어갔다. 박씨의 품에는 옹알이를 하는 10개월 된 딸아이가 안겨있었다. 박씨를 죽인 이씨는 작은 아이마저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을 마친 후 혹여 흔적이 남아 있을까봐 집안 곳곳을 청소했다. 그런 다음 밖으로 나와 집열쇠로 현관문을 잠근후 열쇠를 넣어둔 핸드백을 창문틈으로 작은방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약 2시간 후에 남편 나씨에게 전화가 오자 아무일 없었다는 듯 아파트로 달려왔던 것이다.


이씨의 범행은 형사들도 혀를 찰 정도로 교묘하고 치밀했다.


수사 과정에서 놀라운 사실 하나가 드러났다. 숨진 박씨의 남편과 이씨가 "불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씨는 박씨와 아이들만 없으면 나씨를 자신의 소유로 만들어 행복해 질수 있다고 착각했던것,


결국 질투와 시기,불륜이 겹쳐 지며 끔찍한 살인극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참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극형을 고려함이 마땅하지만 교화와 개선의 가능성이 미약하나마 남아 있는 점을 참작한다는" 것이 이유이다.


2016년 2월에 개봉된 영화 "멜리스"가 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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